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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성공의 기억/작은 실패의 기억

 [셀리그만 - 학습된무기력]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E. P. Seligman) 박사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창시자이자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의 개발자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그는 개를 이용해 인상적인 실험을 했습니다.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눠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세 집단에게 각각 다른 환경에 노출되도록 통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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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집단은 환경통제가 가능한 집단이구요. 이곳의 개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개 앞에 나무토막을 매달아두고 그걸 밀면 전기가 차단되도록 해놓은 것이었지요. 따라서 이 집단은 스스로 혐오스런 환경에서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것이지요. 반복적으로 전기충격을 주면 개는 코앞의 조작기를 눌러 전기충격을 피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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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집단은 환경통제가 불가능한 집단입니다.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몸이 묶여 있어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했습니다. 전기충격 시간은 제1집단의 개와 똑같았습니다. 즉 제1집단의 개가 코로 조작기를 눌러 전기충격을 멈추는 순간 제2집단의 개도 전기충격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제1집단과 제2집단은 동일한 전기충격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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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집단은 비조작집단입니다. 즉 제3집단은 비교집단으로 상자 안에 있었으나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간 상자에 두었다가 그냥 풀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집단은 전기충격에 대한 선행학습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개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한 후 셀리그먼 박사팀은 24시간 후에 이들 세 집단 모두를 다른 셔틀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충격을 주었습니다. 그 상자는 가운데 담이 가로놓여 있고 쉽사리 넘을 수는 없으나 개들이 노력만 하면 넘을 수 있는 정도의 담이었지요. 그런데 전기충격을 받은 개들의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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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환경을 통제할 수 있었던 제1집단과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두었던 제3집단의 개들은 전기충격을 주자 미친 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중앙의 담을 넘어 전기충격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나 제2집단은 전기충격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처음 30여초 동안은 다른 집단의 개들과 마찬가지로 미친 듯이 이리저리 날뛰었지요. 그러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누워서 조용히 전기충격을 받아들이면서 낑낑거리며 참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2집단이 24시간 전의 경험, 즉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helplessness)이 학습된 것이라 할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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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셀리그먼 박사는 자신의 힘으로는 회피 불가능한 전기충격(혐오스런 자극)을 경험한 개들은 그러한 전기충격이 회피 가능한 환경에서 가해지는 경우에도 회피반응을 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고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 칭했습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요? 인간에 대한 실험은 1974년에 이뤄졌는데요, 혐오자극으로는 소음(noise)을 택했습니다. 대학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A집단(도피가능집단)은 조작기를 누르면 소음이 꺼지는 방에 두었고, B집단은 동일한 소음을 듣도록 돼있으나 어떤 반응으로도 소음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두었습니다. C집단에게는 소음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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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모든 피험자들에게 셔틀상자의 상황에서 반응하게끔 한 결과 A와 C집단은 소음을 회피하는 행동을 했으나 B집단은 대부분 수동적으로 앉아서 불쾌하고 고통스런 소음을 받아들이면서 참고 있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조그만 성취라도 늘 맛보도록 해야 한다. ‘조그만 성취’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정적 자기암시’ 때문입니다. 불가항력적인 혐오스런 상황을 경험한 사람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암시를 자신의 잠재의식(subconscious mind) 속에 입력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런 잠재의식의 작용으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혐오스런 상황에서도 자포자기 해버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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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자녀교육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만일 자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성취를 요구하게 되면(예를 들어 전교 1등)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자녀의 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조그만 성취를 계속 맞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칭찬(praise progress)을 해줘야 합니다. 즉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성적이 향상되거나, 공부하는 과정에서 좋은 점이 발견되면 그때그때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학습을 강요한다거나 또는 학습부진을 질책한다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면 학생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논리는 상대적 강자와 약자로 구성된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약자의 자유의지를 꺾어버리고 독단적인 행동을 하면 약자는 자포자기에 빠져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집단이 잘 될 리가 없는 것이지요.

-넥스트 이코노미-